일상/가까이 봐야 예쁘다

선풍기

어리진 2020. 6. 13. 13:11

갑자기 더워진 6월 초, 급하게 미니 선풍기를 구입했다.

올여름 잘 부탁합니다.

[선풍기] _ 유종인

다치지 않을 만큼 철망을 씌우고
그는 감옥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다

보이잖는 푸른 불꽃을 먹고
제가 생각하는 꽃으로 달려가고 있다

달려가도 달려가도 제자리인 곳,
그는 끝내 뜨거운 한숨을 토하고 있다

멍들지 않는 바람을 만드는
그의 등 뒤엔 무섭도록 고요한 공기가
그를 다스리고 있다

내가 진 온몸의 더위로 그의 감옥을 껴안아줄 때
내 얼굴의 땀 한 방울이
그의 쳇바퀴 속으로 떨어졌다

평생을 털어내도 몸에 쌓이는 먼지들,
겨울에도 그 먼지는
반투명 비닐 덮개에 곱게 싸여서
늦봄에 깨어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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